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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출신의 모던 록 밴드 '플라시보'는 브릿 팝의 음울함과 미국 펑크의 낙오적 정서를 결합시킨 사운드로 1990년대 모던 러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이다.

특히 밴드의 리더 브라이언 몰코(Brian Molko, 보컬/기타)는 스웨이드(Suede)의 프런트맨 브랫 앤더슨과 많은 부분 닮아 있어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양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70년대 글램 록의 흐름을 잇고 있다는 점과 브리티시 특유의 뿌연 안개 이미지가 연상되는 보컬과 멜로디를 품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이유 때문에 플라시보를 스웨이드의 우산 아래 가두는 것은 타당치 않다. 이미 이들은 스웨이드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미국적이면서 현실적인’ 사운드라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대영 제국 밴드라는 주체성을 세우면서도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와 유사한 미국적 사운드를 동시에 강조하여 다듬어지지 않은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는 험난한 대서양 건너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됐다. 플라시보의 출발점은 브라이언 몰코와 스테판 올스달(Stefan Olsdal, 베이스)이 1994년 런던에서 로버트 슐츠버그(Robert Schultzberg, 드럼)와 함께 만든 애시트래이 허트(Ashtray Heart). 얼마 후 이들은 드러머를 스티브 휴잇(Steve Hewitt)으로 교체한 후 그룹명을 플라시보(위약효과)로 바꿨다.

밴드의 성공 행진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이미 95년 첫 싱글 ‘Bruise pristine’을 선보이며 주목 받기 시작한 이들은 1996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 Placebo >에 수록된 ‘Nancy boy’를 크게 히트 시키며 인기 밴드로 급부상했다. 자국은 물론이고 유럽 공연 등을 통해 인기와 지명도를 넓혀나간 이들은 1998년 글램 록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앨범 < Without You I’m Nothing >을 공개했다. 이들은 때로는 실험적으로 때로는 대중적으로 다가오는 음반에서 ‘Every you, every me’, ‘Pure morning’ 등의 히트 곡들을 쏘아올리며 데뷔작의 영광을 재현했다.